#5. Por Voce – Pudditorium

 

라틴 퓨전 재즈의 색다른 매력을 대중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푸디토리움. 1집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세션들과 엔지니어가 참여해 힘을 실어주고 있는 2집, ‘Episode 재회’ 중에서 ‘Por Voce(For You)’란 곡으로 ‘한 곡 TALK’를 진행해 보았다.

 

 취재 및 글 : 김호준 Roll Sp!ke  (dafunk@daum.net)
사진제공 : 스톰프 뮤직
편집 : Avant-in

 

 

Q) 타이틀 곡이 아닌 Por Voce라는 곡으로 얘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이 노래에 특별한 애착이 있으신가요? 

일단 이번 2집 앨범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가사입니다. 그러다보니 번역에도 많은 공을 들였어요.

 

Q) 가사가 생소한 언어인데, 라틴어 인가요?  

아, 포르투갈어 입니다.

 

Q) 번역은 어떻게 하셨나요? 공을 많이 들였다는 점이 궁금하네요.

처음 1차 번역을 포르투갈어 전공자들에게 맡겼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잘 안되더라고요. 그러던 중 뉴욕에 있던 믹스 엔지니어가 벨기에 친구였는데, 스페인 이비자 섬에서 유년기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포르투갈어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랑 기본적인 번역을 같이 했습니다. 그리고 가사를 쓴 친구가 영어를 전혀 못했는데, 안 되는 영어지만 나름대로 정리한 것을 취합을 해서 한글로 번역을 했죠.

 

Q) 어려웠겠지만, 기억에 남는 작업이었겠네요.

보컬 친구가 준 가사, 1차 번역한 한글 가사, 엔지니어랑 같이 번역한 영어 가사를 컴퓨터 번역기에 띄워 놓고 마지막 작업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철학적이고 은유가 많아 쉽지 않았어요.

 

Q) 직접 번역을 하셨으니까 더 특별하겠군요.

그렇게 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번역을 해준 1집보다 가사가 더 와 닿았습니다. 가사를 쓰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공을 들인다는 것도 알았죠. 그 중에서도 For You, 이 노래 가사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Q) 제일 좋아하는 가사라고 하셨는데, 특히 어느 부분이 그런가요?

음… 이거 전부로 해주시면 안 되는 거죠? (웃음)

 

Q) 그래도 되죠. 앨범에 번역한 그대로 전부 실어 드리겠습니다. (웃음)

전체 다요. 하나하나 다 마음에 듭니다.

 

 For You    – 번역 : 푸디토리움

당신은 누구인가요.
손에 바다를 머금고 있는 당신. 두렵지는 않나요.
당신에 대한 믿음과 용서의 씨앗을 싹 틔우기 위해 온 바닥을 적신 나의 눈물들.
당신은 소금 그리고 배와도 같아요.
몰아치는 비바람 부두는 물에 잠기고 나는 갈 길을 잃었죠.
한없이 거친 폭풍우 속에 빠져 잠겨가는 나는 목소리를 잃었지만 계속 노래를 써내려가요.
당신이 나를 위해 다시 노래 해 준다면, 나는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을 거예요.
나를 잡아 주었던 당신의 숨결은 나를 저 바닥에 내려놓았고 울게 했으며 그리고 내 심장을 메마르게 했지요.
떠난 당신은 이제 강물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당신의 입가에 머물던 나는 사라졌어요.
이별을 예견했던 미래 속의 나는 목소리를 잃었고 항해를 준비하고 있었죠.
나의 배는 당신을 향해가고. 나의 목소리는 당신을 위한 선율을 따라 흐르고.
나의 말과 입술은 당신을 위해 저 강에 흩어 뿌려지며. 
나의 믿음은 당신을 그리며 울고 있는 나를 비추어 주네요. 

 

 

Q) 가사가 참 좋습니다. 이 곡을 처음 작업한 시기가 언젠가요?

작업 시기는 재작년 초입니다. 사실 1집 때부터 같이 작업 하고 싶은 루이즈 리베이로(Luiz Ribiro)와 페드로 알테리오(Pedro Alterio)라는 두 명의 뮤지션이 있었는데, 이 친구들과는 도저히 연락이 안 되는 거예요. 겨우 연락이 닿으면 아버지 농장에 가야된다고 하고, 들어가면 인터넷도 안된다고 그러고요. (웃음) 시간이 흘러 2집 앨범 작업을 할 때 루이즈 리베이로가 연락이 왔어요. 푸딩 음악을 들었는데, 너무 좋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같이 작업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죠. 개인적으로 의미가 컸습니다.

 

Q) 페드로 알테리오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혹시 이반린스 아세요? 브라질에서 엄청나게 유명한 국민 가수인데, 최근 이반린스의 앨범 편곡과 디렉팅을 맡은 젊은 친구를 루이즈 리베이로가 소개를 시켜줬습니다. 근데, 이 친구가 페드로 알테리오랑 친구라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하면 안되냐고 했더니 자기도 농장 들어가면 연락이 안된다고 하는 거예요. (웃음) 결국 연락이 되서 첫 번째 앨범 때 같이 하고 싶었던 두 사람과 이번 앨범을 통해 작업을 같이 할 수 있었습니다.

 

Q) 보통 가이드로 멜로디를 만들 때 어떻게 하시나요? 외국어로 하시나요? 

그런 건 아닌데, 불어로 된 노래를 불렀던 친구가 가이드 자체에 불어 느낌이 있다고 해서 신기했었습니다. 전달하려는 뉘앙스가 가이드에 담겨있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저에게 그 느낌을 살려서 다시 가이드를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수정을 해 가면서 노래를 완성시켰어요.

 

Q) Por Voce 이 노래 경우에는 어땠나요? 포르투갈어로 부르셨나요?

아니요, 아니요 (웃음) 이 곡 같은 경우에는 제가 브라질리안 리듬을 가이드에서 자연스럽게 표현을 해서 그런지 크게 수정하지 않고 진행되었습니다.

 

Q) 곡이 만들어진 시기도 궁금하네요.

정확히 말하면 작업이 정리가 된 시기가 2010년 초반이었고, 녹음이 진행된 때가 5월부터였습니다. 곡의 아이디어가 만들어진 건 훨씬 전이고요.

 

Q) 제목은 직접 정하셨나요? 혹시 Por Voce 전에 가제목이 있었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가사를 만든 친구들이 정한 곡도 있고 제가 정한 곡도 있는데, 이 곡은 직접 정했습니다. 가제는 저도 없었고,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 입장에서도 없었어요. 곡이 다 만들어지고 난 뒤, 느낌이 와서 Por Voce로 가자고 했더니, 다들 좋다고 했습니다.

 

Q)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실 때 쓰시는 악기가 무언지도 궁금합니다.

제 장비가…사실 2001년인가 2002년에 나온 Motif 61건반이랑 맥이 다였어요. 최근에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인생 처음으로 장비를 대량으로 구입했는데, 아직 연결은 못시키고 있습니다. (웃음) 버클리 재학 시절에는 학교에서 주로 작업을 했고, 뉴욕에서는 집에서 아까 말씀드린 장비를 이용했습니다. 프로그램은 로직도 안 쓰고 개러지 밴드로 작업했습니다. (웃음)

 

Q) 혹시 이번에 구입한 장비 중에 애착이 가는 악기가 있나요?
야마하 CP60이라는 빈티지 악기입니다. 아마 보시면 아실 거예요. 콜드플레이, 킨, 저스티스 같은 친구들이 사용하는 그랜드 피아노인데, 앰프에 연결할 수 있는 악기죠. 상태 좋은 것을 구하려고 알아보다 뉴욕 변두리 지역에 사는 건축가 할아버지한테 구입을 했습니다. 그분 말로는 이 악기가 건축적으로도 너무 아름다워 25년간 소장하고 있다가 판다고 하더군요. 지금도 상태가 좋아 너무 잘 샀다고 생각합니다.

 

Q) 로즈(Rhodes)만 알고 있었는데, 야마하 CP60에 관심이 크게 생기네요. (웃음) 앨범 커버 얘기를 할게요. 느낌에 스튜디오라든가 작업하면서 직접 찍은 사진들인 것 같은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푸디토리움이 일반 사람들에게 친밀한 이미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가사도 낯설고요. 그래서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 해봤어요. 가사도 직접 손 글씨를 프린팅 했고, 작업 과정을 사진으로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앨범 커버의 의도는 CD안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마치 일기처럼 시간 순서대로 사진들이 쫙 정리되어있는 비밀 웹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앨범 제작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거죠.

 

Q) 오! 너무 신기하네요. 그렇게 보니 훨씬 의미 있는 디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밀 웹페이지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많이 알릴게요. (웃음) 이제 인터뷰가 거의 끝나갑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일단 올해는 3가지 컨셉으로 연작 시리즈 공연을 합니다. 첫 번째는 밴드 셋으로 편곡을 많이 바꿔 예술의 전당에서 했고, 지방과 홍대에서도 했습니다. 그런데 매진이 되서 아쉽게 못 보신 분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앞으로 홍대 클럽에서 한 두 번 정도 더 진행할 예정입니다. 날자가 정해진 건 2월 4일 홍대 벨로주고, 1일 2회 공연입니다.

 

Q) 다른 컨셉은 무엇인가요?

두 번째는 클래식 앙상블 셋입니다. 피아노랑 현, 그리고 사운드 메이킹을 하는 DJ이렇게 구성할 생각입니다.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문래 예술 공장에서 계획되어있습니다. 아마도 실험적인 무대가 될 것 같아요. 세 번째는 정확한 컨셉은 나오지 않았지만 가을 쯤 2집 활동을 정리하는 의미로 큰 공연을 생각 중입니다.

 

Q) 마지막은 공통 질문입니다. 주로 이용하는 음원 사이트가 어딘가요? 궁금하기도 하고 푸디토리움 음악을 링크할 사이트를 정해주세요. 

저는 절대적으로 ‘아이튠즈’입니다. 외국에서 생활하기도 해서 계정도 있으니까 ‘아이튠즈’를 주로 이용합니다. 예전에 비틀즈 음원이 ‘아이튠즈’에 처음 서비스되었을 때 외국에서는 엄청 화제가 되었는데, 한국에선 조용하더라고요. (웃음) 링크는 편리하신 대로 해주세요.

 

Q)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웃음) 우리나라랑 외국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노래는 벅스로 링크하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너무 재밌었습니다. 분량 상 일부분만 소개되는 게 아쉽네요. 2월 4일 공연도 취재하러 가겠습니다. 

2월 4일 벨로주에서 뵐게요. 오늘 저도 인터뷰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music.bugs.co.kr/album/299719

 


#6. 중년의 캔디

#주의! : 이 글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 : 청소년분들은 이 영화를 보기엔 아직 어리시지만, 이 글을 읽는 것은 괜찮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중년의 캔디

 

사물의 비밀 : 2011 .11 .17 / 112분 / 한국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이영미
배우 : 장서희, 정석원

 

 

뭔가 유치하다. 감독이 참신함을 노리고 부여한 복사기와 디카의 목소리는 오글거렸다. 제목이 사물의 비밀이라고 해서 정말 사물의 비밀일 줄은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꺼내든 것은 일종의 신종 트렌드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다.

 

연상녀와 연하남의 사랑. 이혼녀와 철없는 남자의 사랑. 사회적 통념을 넘어선 뒤늦게 찾은 진정한 사랑? 아니 그냥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 유부녀와 총각의 사랑. 불굴의 며느리, 천번의 입맞춤, 애정만만세 그리고 사물의 비밀의 공통점이다. 지난해 시크릿 가든의 하지원 외에 동안미녀의 장나라, 내 마음이 들리니의 황정음, 로맨스 타운의 성유리 등 상반기 아가씨 캔디 군단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채운 것은 다시 사랑에 빠진 아줌마들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이만교는 말했다. “우리는 열두살 이후로 줄곧 사랑하고 있다” 고. 사랑이 싹트고 피고 무르익고 다시 문드러지는 과정은 누구나 겪는다. 심지어 결혼한 사람들도. 어릴 적 동화는 항상 똑같은 엔딩이지. “…왕자와 공주는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이야기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 왔다. 유구한 역사는 결혼의 신성함을 유지하기 위해 그 숨은 리얼 스토리를 함구하게끔 ‘도덕‘ 이라는 장치로 단단히 봉해놨었다.

 

최근의 트렌드는 그 봉인이 슬그머니 풀리는 걸 용인하는 것이다. 이야기 소재의 고갈은 마침내 판도라의 상자를 건드렸다. 불륜 대신 로맨스라는 보드라운 담요를 슬쩍 덮어 거부감을 줄여놓고 상자를 살그머니 열어 ‘사랑과 전쟁’ 이 아닌 ‘애정만만세’ 나 ‘천번의 입맞춤’ 같은 정식 가족 드라마의 타이틀을 달아 준 것이다. 시청률도 잘 나온단다.

그러나, 뭔가 석연찮다. 낯설지가 않아. 일단 각각의 아줌마들은 다들 닮았다. 완전 예쁘다. 팔자 주름이나 기미, 복부지방은 당치 않다. 게다가 다시 사랑에 빠져도 되는 타당한 논리로 무장했다. 남편이 아예 죽었거나(불굴의 며느리), 남편이 먼저 바람을 피웠거나(애정만만세, 천번의 입맞춤), 이미 별거중이고 이혼은 기정사실이다(사물의 비밀).

또 하나 증거는 상대남이다. 한결 같이 연하남이다. 재벌급 재력과 빛나는 미모를 갖췄고, 결정적으로 이 아줌마들이 없으면 죽고 못산다고 애걸복걸하는 순정파다.

 

이제 이 아줌마들의 정체가 드러난다. 캔디. 왕년의 캔디가 늙어서 결혼에 한번 실패하고 다시 돌아왔다. 오래된 환상의 복제. 지지리 복도 없다가 남자 하나 잘 만나서 팔자 고치나 싶었는데 나이 먹고 다시 그 자리로 와서 재기를 노린다. 그런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취향은 똑같다. 외모되고 재력되는 나 없인 못살겠다고 앙탈부리는 20대 중후반의 훈남이다. 아가씨들과 함께 시크릿 가든에 열광하기엔 뭔가 겸연쩍었던 그녀들, 이미 요단강을 건너버린 그 여인들을 위해 요즘의 드라마는 나이까지 딱 맞춰서 업그레이드 버전을 성심성의껏 바치고 있다. 그녀가 리모콘을 조준해 아직 건재한 그녀 안의 애정을 마음껏 발산하기를 바라면서. 캔디는 이 땅의 여인들에게 언제나 먹히는 불멸의 스테디셀러라고 굳게 믿으면서.

 

한 남성분께서 ‘사물의 비밀’을 추천하면서 여자의 섹슈얼리티를 다루는 감독의 솜씨가 섬세하다고 해서 내심 기대를 했다. 그런데 난 불편하더라. 또 유부녀를 발정난 여자로 국한시킨 것 같아서. 덕분에 유부남 유부녀 라는 단어에는 항상 불건전한 역겨움 같은 게 묻어있는 것 같다. 장서희가 이런 야한 영화의 주인공이라니. 하며 의아해 했었는데, 그녀는 하나도 안 보여준다. 대신 그녀의 노출과 판타지를 구현해주는 또 다른 여인이 사례로 등장하는데 감독이 공들여 찍은 듯한 이 장면은 충분히 섹시하고 그럴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다가 아닌데 싶다. 오해받고 있는 억울함 같은 게 들고 만다.

 

중년의 캔디는 분명 드라마와 영화 시장의 블루오션이다. 허나, 기왕 판도라의 상자를 겨우 열고 나온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의 주인공이 또 캔디라는 게 지겹고, 오직 한껏 섹시하고 도발적인 것으로 캔디의 건재함을 증명하는 게 안타깝다. 여성 월간지의 후반부가 결혼한 여자의 전부가 아니다. 일생 단 한번의 선택이 언제나, 누구에게나 옳은 것은 아닌 것이 당연하고, 성공과 실패라고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백마 탄 왕자님과 결혼하는 여자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비율로 모두의 결혼이 생각한 대로만 완성되는 것도 물론 아니다. 별일이 다 생긴다. 부부라는 그 밀접한 관계와 기나긴 생활. 그 틈바구니 안에는 별별 드라마가 다 들어 있다. 모르겠다고? 당장 그대의 엄마에게 당신의 결혼은 어떠했는지 물어보시라.

가장 금기시 되어있던 부분을 노출하는 것이야 말로 솔깃하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도리스 도리 감독에게 ‘한국 아줌마’라는 소재를 주면 어떨까. <헤어 드레서>에서처럼 불편하지 않게 자극적이지 않게 설득해 줬으면 좋겠고, 오해도 풀어줬으면 싶다. 한국 아줌마의 뚝심있는 취향도, 제한된 상상의 틀도 부숴 줬으면 좋겠다.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고 그 위에 존재했지만 평범하다고 폄하 당했던 것들을 얹어줬으면 한다. 기왕 이야기하기로 한거면, 사랑과 전쟁은 많이 했으니까, 있는 그대로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도 누가 이야기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 지금 수많은 집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 많은 아내와 남편이 살아가는 그대로. 환상의 거울로 욕망만을 비추지 말고, 왜곡시키지 말고. 아, 또 일일 가족드라마도 말고.

 

 

 

 

 

글 : 하루

편집 : Avant-In

 

 

 

 

 

이지숙 작가의 우리 세계에 공존하는 새로운 존재로써의 ‘조각’

짜파게티도 미네랄 워터로 끓여먹는 쿨한 녀자.
네, 접니다.

쿨한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 세상은 착하게 살아야 하겠어요! 지난 인터뷰에서 ‘롤스파이크 (김호준 작가님)’의 추천으로 만난 오늘의 주인공, 이지숙 작가님과 공적이고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는 몇 달 전 어떠한 일로 이메일을 주고 받았던 사이더라구요.

착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넓고 깊은 예술의 세계를 탐닉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겠어요!! 이지숙 작가님의 센스있고도 깊이있는 작품들을 들여다 보고 나니 지금 떡볶이와 피자에 영혼을 팔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바짝 드네요.

예술의 세계에 빠져들어 감성을 충전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추웠던 어느 금요일, 따뜻한 커피를 함께 나누며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신 이지숙 작가님의 첫인상은 굉장히 매력적인 여성이었거든요. 뭐 괜찮아요, 저는 ’22세기형’ 미인이니까…… 백 년만 기다리면 되어요.


취재 및 글 : 김근혜 / kunedesu@naver.com
편집 : Avant-in
작품 제공 : 이지숙 작가

“대학과 대학원을 통해 조소를 전공하면서 ‘조각’이라는 매체의 특성에 관심이 많았어요. ‘회화’가 평면의 캔버스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면 ‘조각’은 우리의 세계에 함께 존재하는 새로운 ‘존재’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재료, 무게, 부피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과 늘 싸워야 해서 더 그렇게 느껴지기도 해요. 이것은 항상 작업의 베이스에 깔려있는 생각이에요.”

초창기(2004년~2006년)의 활동을 살펴보면 주로 스폰지를 사용한 작품들이 눈에 띄어요. ‘스폰지’라는 재료에 대한 고집이 있으셨던 건가요?

처음에는 외부의 힘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작업을 구상하다가 스폰지라는 재료를 처음 사용하게게 됐어요. 스폰지는 다른 재료에 비해 밀도가 매우 낮아서 가볍고 약하고 유연해요. 낮은 밀도 때문에 조각을 할 때 디테일도 잘 표현되지 않아요. 그런데 그런 스폰지를 다루다 보니 다른 작업의 아이디어들이 떠올라서 시리즈처럼 스폰지를 재료로 몇 가지 더 만들었어요. 항상 조각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쇠나 돌, 레진 같은 단단한 재료를 떠올리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밟고 올라가야 하는 사다리(Ladder)와 앉아야 하는 의자(Sun-Bed Package)가 스폰지로 만들어졌다라는 재미난 발상이라던가, 벽이나 책들의 틈 사이에 끼워 넣어진(Here, Sponge Girl) 작품들도 물론 그러한 ‘스폰지’의 특성상 구상 가능했던 컨셉이었겠지요?

네. 스폰지가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에 의해서 모양이 변하는 특성을 이용한 작업들이에요. 스폰지로 사다리나 의자의 형태를 그럴 듯하게 만들어도 곧 중력방향으로 축 쳐지고 뻗어버려요. 틈에 끼워진 작품들도 눌리고 찌그러져 처음 조각을 마치고 완성된 모양과는 달라지죠. 어떻게 설치하느냐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설치를 통해서 완성되는 조각인 셈이에요.


그리고 “The Coloring series(이하-컬러링 시리즈)”라는 작품 활동을 통해 본격적으로 ‘합성수지 점토’라는 재료가 등장하고 새로운 컨셉의 시리즈가 등장했어요.

작품의 재료가 바뀌어서 전혀 다른 사람의 작업처럼 보인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컬러링 시리즈는 조각에서 색을 어떻게 써보면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됐어요. 조각은 흔히 색을 쓰지 않고 나무, 돌과 같은 소재의 원래 색을 살린다거나, 완성된 조각의 표면을 무채색, 단색으로 도색하는 경우가 많아요. 양감과 형태를 강조하기 위해서죠. 스펀지 작업들도 그렇고 컬러링 시리즈도 그렇고 저 나름대로 새로운 조각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색을 소재로, 또 재료로 만드는 조각이라는 컨셉의 새로운 작업들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 작품들은 아주 독특한 작업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네요~
처음부터 입체적인 대상을 조각하는 것이 아닌, 사진이라는 지극히 2차원적인 이미지를 통해 3차원으로 표현을 확장해 내는.

지난 인터뷰를 통해 저를 소개해준 ‘롤스파이크’의 작업을 보면 제 작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에요. 영상을 프로젝터를 통해 스모그가 들어있는 박스 등에 투과시키면 빛이 지나가는 것이 보이면서 평면이었던 영상이 긴 막대 모양의 입체가 되잖아요.
컬러링 시리즈는 간단하게 말하면 이미지라는 것을 평면 위의 색의 조합으로 보고 그것을 입체로 재현하는 작업이에요. 색은 곧 반사된 빛이니까, 프로젝터로 어떤 이미지를 보여준다면 이미지의 색은 상이 맺히는 곳까지 공간 속을 지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이 공간을 지나고 있는 빛을 입체적 형태 안에 가둔다면 어떻게 보여질까 생각해본 것이 컬러링 시리즈에요. 근데 이걸 조각재료로 실제로 만드는 거죠. 이미지를 큐브에 가둔다면 ‘롤스파이크’의 스모그 박스와 비슷하게 보여지겠죠.


0 (제로)부터 상상력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닌, 실존하는 장면에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지는 것이군요! 컬러링 시리즈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제작 과정을 거치게 되나요?

일단 이미지를 선택하고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의 기능을 이용해서 색을 단순화하는 작업을 해요. 수백만 개의 색점들은 몇 십 개의 색면들의 조합으로 단촐해지죠. 추려진 색들에 맞춰 합성수지점토를 조색해서 준비해둬요.
이후의 작업은 크기나 형태에 따라 다른데 기본적인 정석 같은 방법은 이거에요. 이미지를 정하고 어떻게 만들지 입체적 형태를 정하면 크기에 맞춰 점토를 채워 넣을 수 있도록 케이스를 만들어요. 보통 투명한 아크릴 박스로 만드는데 마주보는 두 면에 단순화시킨 색면들의 아웃라인을 딴 것을 투명비닐에 출력해서 붙이고 이것을 따라 아래에서부터 직선으로 점토를 쌓아나가는 거에요. (위에서 말한 ‘롤스파이크’의 긴 막대기처럼요) 점토가 다 채워지면 케이스를 뜯어 내고 건조를 시켜요. 만약 이 색점토 덩어리의 단면을 자르면 어딜 자르던 같은 이미지가 나타나겠죠. 마치 김밥처럼요! 그리고 이것을 깎아서 계획한 형태를 조각합니다.

그렇게 하여 완성된 작품들에 대한 감상 포인트는, 보는 각도에 따라 뻔히 예상되는 모습이 아닌 반전의 형태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 인 것 같아요. 2명의 남녀가 포옹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은 3명이었다!!!와 같은 담백한 위트 ^^

의도했던 바에요. 앞서 말한 컬러링 시리즈의 제작방식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을 이용한 거죠.
포옹하고 있는 커플이 남자 한 명을 사이에 둔 쌍둥이자매가 되고^^ (Hug) 사람의 후반측면 모습을 보고 앞이라고 생각되는 쪽으로 가면 당연히 얼굴이 나올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라는 반전이죠. (Head)

이런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부터 샘솟은 건가요.

처음에는 기존의 조각들에 대한 반항처럼 약간은 진지하고 별 재미없이 시작된 아이디어인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작업을 진행하면서 재미있는 걸 찾으려고 한 것 같아요. 아까 얘기한 소소한 반전 같은 것도 그렇고요.
요샌 인터넷 때문에 이런저런 이미지를 진짜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제가 약간 인터넷 뉴스 중독이거든요^^ 조작되는 이미지들도 많고, CG로 만들어지는 이미지들도 많아요. 이미지 한 장 가지고는 대상의 실제를 파악하거나 진짜-가짜를 따질 수는 없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죠. 그래서 주어진 이미지를 가지고 입체로 만들되 아예 원래 맥락에 상관없이 내 맘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에요 요새는.


2011년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그 동안의 컬러링 시리즈와는 다른 주제인 것 같아요. 재료의 변화도 있었고요.

혹시 ‘비쥬얼드’라는 게임 아세요? 같은 모양의 보석을 3개 이상 한 줄로 세우면 없어지면서 점수가 올라가는 게임인데 거기에 나오는 CG로 그려진 보석이미지들(Gem)과 연기이미지, 화염방사기의 불 이미지로 만들어진 작품들(Smoke, Flame)이에요. 존재하지만 한번도 고정된 형태를 가져보지 못한 것들을 모아서 만들었어요. 그 게임을 해보신 분들은 이 전시의 구성에 공감하실 거에요. ^^ 저는 그 게임을 굉장히 좋아해서 너무 열심히 했거든요. CG로 그려진 그 보석들의 존재가 저한텐 남다른 의미가 있게 된 것이 웃겨서 만들게 됐어요. 몇 개는 정사면체, 정팔면체, 정이십면체로 정다면체의 형태를 부여해줬는데 덕분에 삼각형에 대한 각종 수학공식들을 십여 년 만에 찾아서 계산을 엄청 했어요. 그리고 제작하면서 정다면체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사실은 절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수학에서나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형태라는 걸 절실히 느꼈죠. 정삼각형부터가 처음부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니까요.
재료와 만드는 방식은 처음부터 고정되어 있는 건 없었어요. 그 때 그 때 작업에 맞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뿐이죠. 작업에 더 잘 맞는 재료와 방식은 계속 연구 중이에요.

작가님의 유연한 사고방식과 다양한 감성을 엿보다 보니, 개인적인 취향도 궁금해졌어요.

책 읽고 음악 듣고…… 하는 것 좋아해요. 특히 힘들 때 음악 듣는 것만큼 위로가 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일렉트로닉이나 락 좋아하고요, 요즘엔 ‘이디오테잎’ 좋더라고요! (이디오테잎이라 하면 우리 ‘아방인’의 ‘한곡TALK’코너에서도 소개된 적 있는 아티스트!)

앞으로는 또 어떠한 작업 계획이 있으신가요?

올해 하반기에 있을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시각화한 이미지들이 소재가 될 거에요.
예를 들면 적외선 열감지 카메라로 촬영된 이미지들이요. 기존의 컬러링 시리즈 중에 이미 완성된 작품이 하나 있어요. 이 카메라로 촬영된 이미지로 만들어진 토르소에요. (Torso) 온도라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시각화한 거죠. 다른 종류의 이미지도 있을 거고, 암튼 그런 전시를 준비 중이에요.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으시다면……

‘앵클 어택(Ankle Attack)’이라는 밴드의 드러머이고, 인물 포트레이트 위주의 페인팅, 드로잉 작업을 하는 미술 작가 ‘윤영완’이요. 음악에서나 미술에서나 굉장히 세련되고 감각적인 친구라고 생각해요. 사실 오늘 그 친구 전시 오프닝인데 못갔네요. ‘윤영완’을 추천합니다.

이지숙 홈페이지 : http://www.jisooklee.com

#5. 일상=인생=라디오

#주의! : 이 글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일상=인생=라디오

 

원더풀 라디오 : 2012 .01 .05 개봉 / 120분 / 한국 / 15세 관람가
감독 : 권칠인
배우 : 이민정 이정진

 

 

Gold Class라구?

어플로 영화 상영 시간만 대충 보고 왔더니 일반 상영관이 아니라 특별관. 망설였다. 어쩐지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도 첫 경험인데 혼자는 좀 청승인가 싶고, 무엇보다도 삼만원의 거금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인가가 의심스러웠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며칠간 혹사한 육체가 죽겠단다. 그래, 나의 경제활동으로 부귀영화를 누리지는 못할지언정 아작난 몸과 맘을 누일 두시간에 한번쯤은 투자하자.

사근사근한 여인의 살가운 서비스를 받으며 입장하니, 남녀 남녀 그리고 나. 까나페와 원두커피를 테이블에 놓고 드러누웠다.

 

라디오는 내겐 일상이라는 말, 인생이라는 말과 동의어다. 라디오라는 단어를 말할 때 읽을 때마다 설렌다. 라디오로 밥벌어 먹는 지금도.

라디오 스타 이후, 오랜만에 라디오를 소재로 하는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에 지난해부터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제 슬슬 추억이나 퇴물의 이미지로 장르를 바꿔가는 듯한 라디오를 놓고 이야기하겠다는 것 자체가 고마웠다.

 

접속 < 라디오스타 < 원더풀 라디오

 

부등호의 답은 ‘리얼리티’ 다. [접속]에서 한석규는 라디오PD인데, LP를 집어 드는 우아한 품새나 점잖은 말투와 지적인 미소는 실상 SF에 가깝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그렇다. 본디 그와 같은 본질의 소유자라고 할지라도 매일 매일 신사적으로 그 평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접속 이후 라디오PD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입사한 모씨는 지금 모든 것이 환상이오 거짓이었노라고 말한다. 라디오가 소유한 매력 중 일부인 아스라한 이미지를 꺼내 영화 ‘접속’의 아우라를 만들어 준 것으로 제 할 몫은 다 했다.

 

[라디오 스타]는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을 향하는 이야기. 사람에 의해 시작되는 이야기는 라디오가 갖는 본질이다. 바닥을 치고, 절정에 닿는 굵은 이야기부터 지금 스치고 가는 여린 감정까지 사람이라면 갖는 ‘모든 것을 말한다. 그리고 듣는다’. 이 사소한 행위는 종종 부서진 것들을 복구하기도 한다. 최곤의 인생처럼. 하지만 라디오 스타는 메시지에 충실하기 위해 DJ-PD-엔지니어-매니져의 관계를 증폭시키고 상쇄하면서 리얼리티는 일부 놓쳤다.

 

[원더풀 라디오]는 관계자가 봐도, 아니 관계자가 봐서 재밌는 영화다. 비슷하다. 물론 디테일에서 적절히 다 살려냈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동안 오해하기 딱 좋았던 라디오 제작진들의 면면은 수긍할 만한 수준까지 만들어냈다. DJ-PD-작가-엔지니어-매니져-부장-연예기획사의 관계 설정은 골고루 놓치지 않겠다 라는 의지마저 느끼게 해준다. 단, DJ-PD의 연애는 빼고.

20년차 PD가 술자리에서 말했다. “짝사랑이야”. 맞다. 짝사랑이다. 둘이서 연애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말이다. DJ-PD의 관계에서 DJ는 일방적으로 말하고, PD는 듣고 듣고 또 듣는다. 생방, 녹음, 편집, 송출의 단계에서 적어도 3~4번은 같은 말을 듣고 또 듣는 것을 매일매일 오래오래 하다보면, 이제 누가 사랑에 빠지게 되느냐는 자명해진다.

게다가 전부와 일부의 차이. 뮤지션이든, 배우든 각자의 영역에 베이스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DJ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하루에 2시간 남짓을 보내는 사람과 하루 24시간을 끌어안고 있는 사람과는 일단 1/12 정도의 차이를 단순 계산할 수 있겠다.

이러다 보니, 연애는 혼자 한다. 밖에서 보면, PD는 프로그램 바꿔가며 시크하게 제 갈길 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DJ가 청취자 다 싸들고 나가버린 빈 자리를 견뎌내야 하는 남은 사람일 뿐이다. 게다가 DJ는 PD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처음부터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좋은 DJ는 ‘진심’ 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다. 계절보다 변화가 당연하고, 유행보다 더 빠르게 각자가 맹렬히 치솟고 내리꽂히는 ‘이 바닥‘이지만, 함께 하기로 한 시간만큼은 라디오를 말이 아닌 맘으로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 영화에서 재혁이 부장에게 들이 받으며 하는 말이 그의 분노를 정확히 표현해 준다. “우리 DJ는 라디오가 뭔지 아는 사람” 이라고.

TV프로그램이 종영한다고 울고 불고 하지 않는다. (아, 드라마 마지막회에서 주인공이 죽고 그러는 거 말고) 하지만 라디오는 막방 때마다 눈물 바람이다. DJ도 울고 청취자도 울고 스탭도 운다. 다 큰 어른들이 일한다고 만났을 뿐일 텐데도, 서로는 아무도 모르게 선을 넘고 마음을 풀어 헤치고 정을 주고 만다. 이게 바로 라디오의 위력이다. 누군지 얼굴은 몰라도 어느덧 그 속은 다 안다. 아날로그의 힘을 추억이나 퇴물로 가둬서는 안되는 이유다. 라디오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강력하다.

이민정 예쁘다. 여튼 난 호감이다. 노래도 곧잘 한다. Again , 참 쓰다 에서의 가창력은 의외다 싶을 정도다. 이정진도 다소 틀에 박혀있지만, 까칠함과 진중함을 부대끼지 않게 잘 소화해냈다. 이광수는  앞으로 그에게 모두가 똑같은 모습을 기대할까봐 걱정이 될 정도로 제 할 일 다했다. 김태원, 이승환 등의 까메오도 볼 만하다. 적절한 발연기가 매력있다.

푹신한 의자에 드러누워 두시간을 꽉 채워 웃다 울다 하다 보니 본전 생각은 안 나더라. 게다가 내 사랑하는 ‘라디오’를 선택해준 영화 투자자와 관계자 분들에게 이 정도는 해드려야 된다는 괜시리 가련한 마음까지. 감사하오. 그대들 대박 나시길.

 

 

 


글 : 하루

편집 : Avant-In

 

 

 

 

 

#4. Romantico – Tete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3의 ‘투개월’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노래 ‘Romantico’. 이번 주 ‘한 곡TALK’의 주인공은 바로 테테(Tete)입니다. 이 한 곡으로 운명처럼 다시 시작된 그의 음악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취재 및 글 : 김호준 Roll Sp!ke  (dafunk@daum.net)
편집 : Avant-in

 

Q) 아마도 대부분이 슈퍼스타K를 통해 이 노래를 접하게 되었을 것 같아요. 갑자기 곡이 알려진 기분이 어떠셨나요?


방송을 직접 보지는 못했어요. 사람들이 저한테 연락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 순식간에 문자가 쌓이더군요. (웃음) 그리고 핸드폰으로 확인해보니 실시간 검색 1위에 제 노래가 있더라고요. 처음엔 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현실로 느껴지지가 않았죠. 테테라는 이름을 보고도 얼떨떨했어요.

 

Q) 그 당시 시청은 안하고 있었군요.


오디션 프로그램 뿐 만이 아니라 TV 시청을 잘 안하거든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그 일 이후로 보게 되었죠. (웃음) 사실 집에 TV가 없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는 않았고, 인터넷으로 일부분만 골라서 봤어요. 그래도 제 노래를 불렀던 친구들 모니터는 꼭 했어요. (웃음)

 

Q) 미니앨범이 작년 3월에 나왔는데, 슈퍼스타K로 알려지기 전에는 어떤 식으로 활동을 하셨나요?


라이브 클럽에서의 공연과, 트위터를 이용한 온라인 홍보 등등 나름 열심히 했지만,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여기까지구나. 최선을 다한 시간이었다.’라고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방송을 통해 알려지게 된 거죠.

 

Q) 잠정적으로 활동을 끝내고 다음 앨범 준비에 들어간 시기였군요?


정규 앨범 작업을 위해 자금을 모은다거나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든 때였죠.

 

Q)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졌는데, 지금은 실감이 나시나요?


실감뿐만 아니라 몸소 체험을 하고 있죠. (웃음) 신이 있다면, 음악을 계속 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런 상황에 항상 감사하게 되고요.

 

Q) 오디션 프로그램 후에 ‘투개월’이 정식으로 ‘Romantico’를 음원으로 발표했죠?


그랬죠. 슈퍼스타K 측에서 연락이 와서 허락 하겠냐고 물어보더군요. 개인적으로 고맙기도 하고. 흔쾌히 허락했어요.

 

Q) 본인이 느낀 원곡과 ‘투개월’이 부른 ‘Romantico’의 차이점은 뭘까요?


‘투개월’의 곡도 너무 좋아요. 편곡 때문에 다른 노래처럼 느껴지더군요. 저에게는 두 개의 ‘Romantico’가 생긴 거죠. 그리고 ‘투개월’ 친구들이 노래를 굉장히 잘하잖아요. 사실 저는 보컬에 대한 테크닉이 없는 사람이라서 ‘내 맘대로 만들고, 내 맘대로 부르자’라는 식이였죠. ‘투개월’이 부르고 난 뒤에 “너 노래 못하는구나?”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웃음) 반면, 저만의 색이 있다고 칭찬해주는 분들도 많이 생겨서 굉장히 큰 힘이 되고요. 제 목소리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를 찾은 거죠.

 

 

Q) 처음 이 곡을 작업했던 시기가 언제였나요?


미니앨범이 만들어지기 1년 전쯤이에요. 오랫동안 일렉트로닉 음악은 감성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늦은 나이에 춤추는 클럽에 가게 됐어요. 그러면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어쿠스틱 음악에 접목시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춤출 수 있는 어쿠스틱 음악이요.

 

Q) 댄스 클럽이 노래에 영감을 줬네요. (웃음)


처음 갔을 때 정말 순진하게도 남자랑 여자가 춤을 추고 있으면, 연인인 줄 알았어요. (웃음) 알고 봤더니, 그렇게 쉽게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죠.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낭만에 대해서요.

 

Q) 그래서 ‘Romantico’라는 제목이 정해진 거군요?


처음부터 ‘Romantico’는 아니었지만, Romantic 다음에 어울리는 단어를 붙이고 싶었어요. 당시에 제가 스페인 음악을 많이 듣고 있었는데, 문득 Romantico라는 스페인어가 간단하고 마음에 들더라고요.

 

Q) 작업할 때 가사와 멜로디 중 어떤 것부터 만드나요?

음, 저는 보통 작업을 할 때 제목부터 먼저 정하는 편이에요. 제목을 정하고, 멜로디를 만든 뒤 가사를 붙이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요. ‘Romantic 뭐뭐뭐’라고 가제를 정한 뒤, 멜로디를 만들었고, 가사를 붙인 후에 제목을 ‘Romantico’라고 확정했죠.

 

Q) 항상 제목부터 먼저 정하는 게 인상적이네요. 특별히 가사 중에 마음에 드는 부분은 어디죠?


딱 한 부분을 집어서 말하기는 그렇고, 전체적으로 표현이 잘되었어요. 그중에서도 고르라면 후렴구가 좋습니다. 의미 전달이 잘 된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가사는 쉽게 나왔는데, 부분 부분 고치느라 모니터를 너무 많이 해서, 귀가 아플 정도였어요. (웃음) 남들이 들을 때 편하면 좋으니까 단어 하나를 놓고도 여러 번 수정을 했죠.

 

 

Q) 멜로디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하는 악기는 뭔가요?


주로 기타로 만들어요. 베이스가 저의 메인 악기니까 베이스와 어쿠스틱 기타는 직접 연주하고, 로직 프로그램과 그 안에 있는 소스들을 쓰죠.

 

Q) 어느 회사 기타를 사용하시나요?


‘타카미네’라는 기타고, 일본에서 구입했어요. 이 악기에는 작은 사연이 있는데, 도쿄에 계시는 저희 어머님 얘기에요. 아들이 음악 하는 것은 좋아하시지만, 걱정 역시 많으신 어머니가 말로는 언제까지 할거냐면서 기타 한 대를 선물해주시더라고요. 시부야에 있는 악기점에 어머니랑 같이 가서 골랐어요. 기타를 선물 받고, 정말 열심히 작업했어요. ‘Romantico’도 이 기타로 만들었으니까 의미가 더 크죠.

 

Q) 그럼, 가장 애착이 가는 악기는 ‘타카미네’ 기타인가요?


아, 근데 아니에요. 사실 제가 베이시스트잖아요. 베이스와 저는 애증의 관계, 한마디로 삶 그 자체라고 해야 되나? 어쿠스틱 기타가 신선함을 주는 악기였다면, 베이스는 싫으면서도 버릴 수 없는 그런 존재죠. 리켄베커(Rickenbacker) 베이스를 한 대 가지고 있는데, 군대 제대 후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산 첫 악기라 가장 애착이 가요.

 

Q) 악기마다 사연이 있네요. 다음은 ‘Romantico’ 뮤직비디오에 대해 물어볼까요? 대단한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곡 분위기와 참 잘 어울리는 영상이라고 생각해요.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준 친구가 앨범 자켓 디자인부터 많은 부분 도움을 줬어요. ‘모노이드’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처음 만난 건 밴드 텔레파시였어요. 그때는 이렇게 친해질지 몰랐죠. (웃음) 제가 영상 전문가가 아니니까 “천천히 슬로우로 움직이는 영상은 찍기 힘들겠지?”라고 물었는데, 간단하다고 해서 그 친구가 좋아하는 장소로 갔죠. 그렇게 하루 동안 빌린 DSLR 카메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어요.

 

 

Q) 그렇게 만들어진 뮤직비디오였군요. 이제 인터뷰가 끝나가네요. 앞으로 활동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일단 2월에 싱글을 발매하고, 봄에는 정규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앞에서 말한 ‘모노이드’를 비롯해 옆에서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친구들과 의미 있는 공연을 해보고 싶네요.

 

Q) 마지막은 공통 질문입니다. 주로 이용하는 음원 사이트가 어딘가요? 궁금하기도 하고 ‘Romantico’ 링크를 해당 사이트로 걸어드릴게요.


회원으로는 되어있는데, 이용은 거의 안하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은 보통 사이트에 없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주변 친구들이 또 그런 음악을 많이 추천해줘요. 링크는 벅스로 하면 될 것 같아요.

 

Q) 그렇군요. 노래는 벅스로 링크하겠습니다. 왠지 모르게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행복해지는 기분이네요.


제가 감사하죠.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된 ‘Romantico’라는 곡으로 얘기하니 더 의미가 있었어요.

 

 

 

http://music.bugs.co.kr/album/267761

 

 

 

#4. ‘르 아브르’ 나이와 어른의 상관관계

#주의! : 이 글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이와 어른의 상관관계

 

르 아브르 : 2011.12.08 개봉 / 93분
감독 : 아키 카우리스마키
출연 : 앙드레 윌름스(마르셀 마스), 카티 오우티넨(알레티), 장 피에르 다루생(모네), 브론딘 미구엘(이드리사)

 

2012년 그리고 또 12일이 지난 오늘. 12일 전에 했던 푸념을 다시 한다. “나 뭘 한거야” 내가 의지로 해낸 것은 아무래도 없다. 2011년 365일을 다 쓰고도 손바닥에 모래 몇 알만 까슬하게 남긴 내가 단 12일 만에 뭘 이룰 수 있겠는가. 그런데, 아무 노력 없이 이뤄진 것이 있다. 나이 한 살 더.

르 아브르는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극장가를 조용히 넘실대다 이제 썰물처럼 스르륵 물러서고 있는 영화다. 들어설 때도 나갈 때도 참으로 점잖다.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와 품새가 꼭 닮은 꼴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프랑스의 한 바닷가 마을에 흑인 소년이 밀입국해 숨어 들게 되고, 노인은 이 소년을 당국의 감시를 피해 소년의 엄마에게 무사히 보내준다는 이야기.

이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이제 시간이 지난 후까지 계속해서 남는 하나의 단어는 ‘배려’ 다. 노인도, 소년도, 노인의 아내도, 그리고 이들을 쫓는 경사, 게다가 마을 사람들 하나 하나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캐릭터는 ‘속이 깊다‘ . 상대의 마음을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보고, 타인의 행동을 폭넓게 예측한다. SNS에 누군가 이 영화를 ’호빵 위에 앉아서 보는 느낌’ 이라고 표현한 걸 봤는데, 참 딱이다 싶다.

작년 서점가를 강타한 (이 식상한 표현은 참 두고두고 쓰인다) 김애란의 소설 ‘두근두근 내인생’ 에는 이런 장면이 있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언제 할아버지라고 느끼세요?” 

“글쎄…..”

 

장씨 할아버지가 가만 생각에 잠겼다.

 

“그게 말이지, 예전에는 나도 오륙십 먹은 양반들이 무지 나이 많은 이들처럼 느껴졌거든? 근데 막상 내가 그 나이가 되고 보니까 그치들이 그렇게 늙은 사람들이 아니었더라고”

“그래요?”

“응,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하나도 안 늙은 거 같아”

“아…..”

“심지어 우리 아버지는 내가 아직 자라고 있는 거 같다고 하는 걸”

 

역시, 딱이다. 12일 전의 나와 12일 후의 나는 암만 생각해도 똑같다. 고작 12일 뿐이라고 한다면,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도 암만 생각해도 같고, 확 질러서 16살의 나와 지금의 나도 같다. 물론 생물학적으로 노화된 육체를 걷어내고 하는 소리다. 살면서 알게 모르게 터득한 세상 사는 요령도 ‘자아’를 규정하는 기준으로 삼기엔 너무나 가변적이다. 그냥 내가 인지하는 ‘나’. 솔직한 ‘자아’를 말하는 거다. 사회가 규정한 행동 양식대로 기계처럼 움직이는 내가 아니라, 내가 움직이는 나는 암만 생각해도 똑같다. 그러니, 나이 먹는 게 어색하고 점점 받아들이기 조차 거부하기 시작한다. 훗날 니가 이제 50살이라고 누가 말해줘도, 무슨 소리냐고 할 태세다.

이런 생각이 들고 보니, ‘어른’ 들이 다시 보인다. 가까이는 직장 상사들도 달리 보이고, 부모님도 내가 짐작하는 그 분들이 아닐 수 있겠다 라는 생각까지 번져간다. 가끔 ‘어른’ 들이 깔깔대며 웃는 모습을 볼 때, 문득문득 가장 편안한 ‘진짜 그 사람’이 보인다. ‘어른’ 이라는 주글주글하고 두터운 외투 속에 따스히 담겨있는 ‘작은 아이’. 남들이 당신이 ‘어른’ 이라고 자꾸 말하고 강요하니까 마지 못해 그런 척하고는 있지만, 실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말랑말랑한 아이가 진짜라는 확신. 그러고 보니, 나잇살이나 먹어서는…이라고 함부로 말해서도 안 되겠고, 그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 뭔가 대단한 걸 갖고 있겠다는 기대도 접어야 겠고, 따라서, 실망도 쉽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된다. 모두는 어느 날부터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아이로 살아가고 있다.

다시 영화 이야기. 르 아브르에서는 모두가 공평해 보인다. 나이가 많은 이도, 나이가 어린 이도. 다르지 않다. 노인과 소년은 서로가 할 수 있는 만큼 배려한다. 휴머니즘이라는 것이 어느덧 시혜를 베푼다는 의미를 포함하게 되기 이전의 가장 타당한 인간성만 갖고 관계를 맺는다. 어줍잖은 위계 질서가 없다. 각자는 노란 원피스를 입고, 꽃을 사고, 식사를 준비하고, 겁에 질리고, 허둥대고, 끌어 안고, 손을 흔든다. 이 영화가 갖는 동등한 정서 덕에 모든 관계와 상황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어른‘ 이란 단어는 물리적인 의미가 아닌 화학적 의미로 국한해서 써야 겠다. 나이를 먹어서 어른이 아니라, 노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대접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배려’를 할 수 있는 여유와 지혜를 갖춘 자만이 진정한 ‘어른‘ 으로 여겨져야 하지 않나 싶다.

 

고로,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결국 한 살 더 먹는 걸 부정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하흐흐.

글 : 하루

편집 : Avant-In

 

 

 

 

 

 

 

 

#3. Close to You – Locomotive

 

이번 TALK’ 주인공은 밴드 피터팬 컴플렉스 드러머 김경인의 솔로 프로젝트 로코모티브(Locomotive)입니다. 작사, 작곡은 물론이고 여성 뮤지션으로는 드물게 미디작업과 믹스까지 소화해내는 로코모티브의 노래 ‘Close to You’ 대해 알아봅니다.

 

취재 및 글 : 김호준 Roll Sp!ke  (dafunk@daum.net)
편집 : Avant-in

 

Q) 솔로 프로젝트 로코모티브의 미니 앨범 ‘Beside, inside’에 실려 있는 ‘Close to You’는 언제 처음 작업한 곡인가요?

작년 오월 쯤, 메인 멜로디만 만들어 놓은 상태였고, 한참 뒤에 완성을 시켰어요. 미니 앨범에 실린 다른 노래들은 전부 오래전에 만들어 놓은 곡들인데, 그래도 이 노래가 가장 최근에 만든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이유로 앨범에 있는 다른 음악들이랑은 느낌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Q) 그렇군요. 보통 작곡을 할 때 가사를 먼저 쓰나요? 아니면 멜로디를 먼저 쓰나요?

저는 대부분의 노래가 가사와 멜로디가 같이 나와요. 보통 다른 분들은 멜로디를 먼저 써놓고 가사를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하면 가사와 멜로디가 어딘지 모르게 좀 어색하더라고요. 멜로디를 고쳐야 되는 상황도 생기고. 그래서 가사를 먼저 쓰거나 멜로디와 가사를 동시에 만듭니다.

 

Q) ‘Close to You’는 어땠나요?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멜로디를 만들 때 미리 써놓았던 글 중에서 분위기에 맞는 것을 찾아 가사로 만들면서 작업을 해요. 그런데 이 노래는 몇 번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얼마 안 되서 바로 ‘Close to You’라는 문장이 떠올랐어요. 그렇게 만든 멜로디와 가사를 메인 테마로 놓고 절을 비롯한 나머지 구성을 짜기 시작했죠.

 

Q) 멜로디와 가사가 동시에 만들어진 거네요.

사실 메인 코러스 가사가 ‘Close to You’라는 문장 하나니까요. (웃음) 간단한 문장이긴 하지만, 가사와 멜로디가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그 의미에서 시작해 절과 브릿지 부분의 가사로 확장해 나갔죠.

Q) 전체 가사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어딘가요?

‘영화 속의 장면처럼 눈을 뗄 수 없던 순간 널 처음 보았을 때’ 이 부분이 저는 제일 마음에 들어요. 멜로디 느낌이랑도 잘 맞아 떨어져서 의도하는 대로 표현이 된 것 같아요.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결국 답을 찾았죠.

 

Q) 들을 때 더 신경 써서 들어볼게요. (웃음)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미니앨범의 베스트 곡으로 선택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확실히 다른 트랙들과는 틀린 느낌이 있어요. 스스로 사운드를 만들거나 음악적인 공부를 했던 부분의 답을 조금은 찾았다고 생각된 노래가 이 곡이니까요. 추구했던 멜로디, 사운드, 가사를 어느 정도 표출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표현하려고 한 것과 듣는 사람들이 느끼는 것에 차이가 거의 없어서 마음에 듭니다. 제대로 전달이 된 거니까요.

 

Q) 피쳐링 뮤지션이 있던데요.

프롬(Fromm)이라고 같은 레이블에 있는 신인 뮤지션입니다. 재미있었던 건 이 노래를 녹음할 당시에는 사운드가 지금이랑 완전히 달라서 작업이 끝난 뒤 같은 노래가 맞는지 물어보더라고요. (웃음) 보통 사운드를 다 만들어 놓고 보컬 녹음을 하는데, 이 곡은 먼저 보컬 녹음을 해놓고 디테일한 작업을 했어요. 여백이 있는 상태에서 보컬 녹음을 하고 그 이후에 사운드를 채워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Q) 미디 작업과 믹스까지 혼자 다 하셨죠? 여성 싱어 송 라이터는 많지만, 미디 작업과 사운드 메이킹, 그리고 믹스까지 모두 해결하는 여성 뮤지션은 적다고 생각됩니다.

아직은 배우고 있는 입장이고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꾸준히 작업을 해나가고 사운드를 만들다보면 계속 발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디작업을 하면서 사운드를 만들면 믹스는 당연히 따라올 수 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 귀를 믿고 있고, 학교에서 전공으로 공부를 한 것도 도움이 많이 됐죠. 드럼 연주를 위해 다른 악기를 미디로 작업하는 것에서 시작해 지금은 제 음반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되었죠.

 

Q) 이렇게 혼자 미디와 믹스까지 다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작업을 하면서 항상 왜 내가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웃음) 사실은 피터팬 컴플렉스를 할 때부터 드러머를 넘어 작곡에 욕심이 많이 있었어요. 2003년 처음 낡은 노트북으로 미디를 접했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완전히 빠져들었죠. 재미있는 걸 놔버릴 수 없잖아요.

 

Q) 그랬군요. 이 곡에서 많이 쓴 미디 악기를 소개해주세요.

블로펠드(Blofeld) 모듈로 아르페지오를 많이 사용했어요. 특히 이 악기의 패드 소리가 너무 예쁘고 좋아요. 하나하나 소리를 에디트할 수 있어서 정말 많이 이용했죠. 드럼은 엘렉트론(Elektron)의 머신드럼(Machinedrum)으로 작업했습니다.

Q) 자, 이제 인터뷰가 거의 끝나가네요. 앞으로 솔로 프로젝트 로코모티브는 어떻게 될까요?

뮤지션이라면 공연도 많이 하고 싶고, 음반 활동도 잘 하고 싶겠죠. 물론 저도 그렇지만, 제일 큰 목표는 꾸준히 음악적 능력을 키우는 거예요. 나중에는 영화나 광고음악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지만, 계속 공부를 하면서 공연과 음반활동을 진행해나간다면, 언젠가 기회가 오겠죠.

 

Q) 나중에 꼭 로코모티브의 영화음악을 들어보고 싶네요. 마지막은 공통 질문입니다. 주로 이용하는 음원 사이트가 어딘가요? 궁금하기도 하고 ‘Close to You’ 링크를 해당 사이트로 걸어드리려고 합니다.

주로 벅스를 이용해요. 자주는 아니고 갑자기 찾아보고 싶은 음악이 있을 때 들어가는 것 같아요. 인디차트 순위를 보기도 하고요.

 

Q) 그렇군요. 노래는 벅스로 링크하겠습니다. 오늘 즐거웠습니다.

저도 재미있었습니다. 한 곡으로만 인터뷰가 진행되는 것도 특이했고요.

 

 

 

http://music.bugs.co.kr/album/298574

 

 

 

 

 

 

패션을 보고 듣고 이야기하고 쓰다, 패션 저널리스트 홍석우

 

패션저널리스트로 알려진 홍석우 님은 19세가 되어 패션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 20대 초반부터 패션 칼럼을 쓰고 복합문화공간의 초시가 된 데일리 프로젝트의 바잉MD로 활약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과감히 뛰어들어 약 10년 동안 꾸준히 자신만의 경험을 쌓아 온 이는 어떤 모습일까요? 신사동에 이제 막 문을 연 그의 작업실은 패션 관련한 책, 소품만이 아니라 소설, 수필집, 사진집 등 다양한 서적과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어요. 짙은의 새 음반이 좋다며 음악을 들려주는 모습, 브로콜리너마저와 가을방학의 음악을 들으며 남긴 그의 블로그 ‘your boyhood’의 글을 보며, 예측되지 않는 그의 취향이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정재환 님이 추천한 인터뷰이. 패션저널리스트 홍석우 님을 아방인에서 만났습니다.

 

취재 및 글 : 이은경 (hoi01uk@naver.com)
편집 : Avant-in
사진 제공 : 패션 저널리스트 홍석우 (http://www.yourboyhood.com)
*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your boyhood 에 있습니다.

 

 

요즘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작년에 스펙트럼(Spectrum)이라는 잡지를 시작해서 4호까지 발간했는데 현재 5호 기획회의 중이고요, 하퍼스 바자(harpersbazaar)에서 올해 하퍼스 바자맨이라는 잡지를 창간하는데 참여하고 있어요. 맨 온 더 분(man on the boon)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홍석우 님을 떠올리면 데일리 프로젝트(daily projects) 빼놓을 없을 같아요. 홍석우라는 이름이 알려지고 패션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게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건가요?

데일리 프로젝트에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일을 했는데 당시에 휴학하고 여러 일을 하고 있었어요. 친구들이랑 만든 패션 포털 개념의 ‘무신사’(http://www.musinsa.com/)에서 칼럼을 쓰기도 하고요. 당시 외국 것만 동경하지 말고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 보자는 얘기도 나누고 했어요. 전시나 웹진을 만들기도 하고 파티도 진행해보고 정말 많은 일을 했어요. 그리고 2006년 ‘your boyhood’ (your boyhood는 홍석우가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로 직접 찍은 스트리트 패션 사진과 그의 글들을 볼 수 있다.)와 패션에 관련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도 같이 운영했거든요. 그러다 메일이 왔어요. 복합 패션 문화공간을 운영하는데 그 실장님이 저의 블로그나 온라인에서의 활동을 3년 정도 지켜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분이 제가 가지고 있는 온라인의 콘텐츠를 오프라인에서도 펼쳐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셨고 그래서 함께하게 됐죠.

 

데일리 프로젝트 복합공간은 최근에 많이 생겨나는 같아요. 당시 이런 변화들을 감지하며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나요?

예상했기 보다는 너무 많은 일을 했어요. (웃음) 패션만이 아니라 카페, 책, 심지어 문구류도 팔았거든요. 컨셉은 얼터너티브 하게 잡아서 국내에는 인지도가 낮아도 외국에서 인정받고 젊고 유능한 디자이너를 소개하려고 노력했어요. 북 카페도 제가 책을 좋아해서 추진하게 됐고요. 돌아보면 어린 나이에 여러 가지를 시도한 경험 자체가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시행착오도 많았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바잉 MD로서 공부하거나 경험이 많지 않아 그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죠. 또 그때는 복합 공간이 생소했기 때문에 개념 자체를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어요. 동시에 매출에 대한 부담도 있고요. 그래서 블로그 스폿이나 제 개인 블로그에 많이 알리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본 것이 기억나네요. 국내 신진 디자이너를 소개한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었죠. 그러면서도 항상 개인 작업에 대한 갈증은 늘 있었어요.

 

데일리 프로젝트가 유명해지면서 홍석우 님의 개인적인 발전도 도모할 있었을 같은데 2년이 지나고 그만두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저의 최종적인 꿈이 바이어는 아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느 시점이 되어 그만두게 됐어요. 2007년 즈음부터 원고청탁이 들어오더라고요. 개인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2008년 9월까지 다니고 자연스럽게 지나왔던 것 같아요.

 

20 , 무신사’에서 칼럼니스트로 시작해서 잡지를 비롯한 많은 매체에서 패션관련 글을 왔는데 글을 본인만의 철학이나 원칙이 있을까요?

사실에 대한 정확성의 전달이요. 제가 고민하고 지향하는 바를 잘 표현한 문구가 있어요. ‘적확한 비평과 따뜻한 시선’이라는 말인데 날카롭게 비평만 하거나 혹은 무한한 편애를 표현하는 것도 아닌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의 20대를 보면 서울의 한가운데서 살아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20대에 도시 서울에 대한 모습을 표현하고 풀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럼 your boyhood 그런 의미로 시작한 건가요?

아니요. 진지하게 시작하진 않았어요. 제 주위에 옷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공유하고 싶었어요. 19살 때부터 취미로 사진촬영을 시작했죠. 서울의 문화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일본의 스트리트패션 잡지는 20년 이상 된 것도 많아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구글에 블로그를 만들고 영어로도 소개를 써놓은 이유는 외국에도 서울에 이런 문화, 패션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에 대한 피드백은 굉장히 빨리 왔어요. 이런 사람들 어디가면 볼수 있냐고 물어오기도 하고요. (웃음)

 

 

스트리트패션에 관심이 많은데 스트리트 패션만의 매력은 뭘까요?

일단 제가 스트리트 패션 문화를 좋아하고요. 대부분의 패션 잡지는 상위문화에서 하위문화로 내려오지만 스트리트 패션 자체는 훨씬 자유롭고, 보다 현실적이고, 친밀하고 상위문화에서 제시하지 못한 다양함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 찍을 때의 자신만의 기준이 있나요?

정말 개인적이에요. 명품을 입었다고 최신 유행이라고 찍는 것은 아니고, 그 사람의 스타일이 어울리고 잘 드러난다면 좋아요. 지금까지 1,000명 정도 찍었는데 찍고 이름, 홈페이지 주소, 하는 일, 입은 옷, 신발, 가방 등에 대해 다 적어요. 그렇게 정보를 올려놓으면 제 블로그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연락하기도 하고 서로 알게 돼서 새로운 작업들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일종의 크리에이터들의 모임 같은 느낌으로요.

 

 

패션이라는 카테고리를 바탕으로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패션이라는 주제나 어감은 친근한 느낌보다 스타 특정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홍석우 님의 의견이 궁금해요.

가령 음악을 좋아하고 홍대의 공연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은 홍대 어느 공연장에서 어떤 뮤지션이 나와서 공연하는지를 다 알잖아요. 패션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관심인 거죠. 물론 그 안에 허례허식도 있고 방송에서 편하게 접근한다 하면서 오히려 위화감을 조성하는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결국 패션도 의식주 중에 하나이고, 원하는 것을 시도하다보면 본인만의 취향이 생기고 그러면서 재미있겠죠? 언니네 이발관 음악이 좋아서 델리 스파이스도 찾아보고 그래서 공연을 가봤는데 라이브가 더 좋고 그러면서 음악의 매력에 빠지잖아요. 패션도 같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브랜드를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이 옷을 누가 만들었는지 찾아보고 그 디자이너의 과거 컬렉션도 찾아본다면 문화로서 패션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소위 패스트 패션이 화두에요. 특히 한국은 유행에 민감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물론 패션이 문화, 예술 분야에 해당하는 것을 간과할 없지만 역시나 소비수준을 드러내거나 계층을 구분 짓는 요소로도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에요. 패션을 애정하고 직접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얼마 전에 요즘 학생들이 많이 입는 노스페이스 계급을 나타낸 기사를 봤어요.

패스트 패션이라도 마음에 들고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면 패션의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샤넬의 디자인, 분위기가 좋고 구매할 능력도 된다면 그 자체를 판단할 수는 없어요. 스타일은 개인적인 것이니까요. 우리가 소위 명품이라고 말하는 고가의 물건을 취향으로 구매하지 않고 신분으로 접근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봐요. 취향을 소비하는것은 개인적인 부분이 가장 크다고 봐요.  또 하나는 패션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는거죠. 자신이 좋아서 사보고 실패도 해보면서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게 제일 중요하겠죠.

 

홍석우 씨가 생각하는 패션이란 어떤 것으로 생각하는지? 건강한 패션, 문화 예술로서의 패션은 뭐라 생각하는지?

내가 즐겁기 위한 여러 가지 것 중의 하나죠. 저나 다른 디자이너 친구들은 업이니깐 좀 더 복잡하겠지만 즐기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굳이 목메거나 안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오히려 좋아하는 마음을 병들게 할 수 있죠.

 

 

요즘 들어 흥미로운 디자이너가 있나요? 에디터이자 패션저널리스트로서 아방인을 통해 소개해 준다면요?

MVIO의 한상혁 디자이너요. 2006년부터 꾸준히 보고 있는데 남성복이면서 옷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요. ‘옷’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녹여내는 힘이 있죠. 실제로 옷도 예쁘고요. 또 한 명은 Cy choi라고 최철용이라는 분의 컬렉션인데 ‘옷을 탐구한다’라는 느낌이 굉장히 강해요. 옷이라는 결과만이 아니라 옷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보여주는 작업이 디테일하고 재밌어요.

 

강의도 하고 계시는데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요.

2009년과 2011년에 한국 패션의 지금이라는 주제로 문학과 지성사에서 하는 문지문화원에서 강의를 했어요. 이 강의는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보다 한국에서 패션을 문화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초대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가 토크쇼의 사회자처럼 대화를 나누는 거죠. 이 자체가 글로 옮기지 않을 뿐이지 인터뷰를 하고 자료를 찾아가는 것은 비슷해요.

 

수강생은 대부분 패션을 전공하는 학생들인가요?

패션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 대다수지만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원, 아주머니도 계셨고, 언론사에서 일하시는 아저씨도 계셨어요. 신기했죠.

 

어리지만 열정이 있는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남다를 같아요.

수료증이나 자격을 주는 것이 아니기에 정말 패션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오죠. 우연히 강의 들었던 수강생이 패션관련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럴 때 보람 있죠.

 

다양한 일을 오랫동안 꾸준히 하고 있어요. 바쁜 것을 즐기는 편인가요?

아니에요. 죽겠어요. (웃음)  프리랜서기 떄문에 불안하지 않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 소속이 없어서 더 많은 사람과 교집합이 생기는 장점이 있죠. 지금 하고 있는 Spectrum이라는 잡지는 ‘Culture in Seoul’이라는 컨셉으로 패션은 물론 산업디자인, 사진작가 등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그게 가능한 이유는 제가 프리랜서이기 때문이죠.

 

궁극적으로는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지 궁금해요.

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건 패션 저널리스트(Fashion Journalist)에요. 패션 칼럼니스트는 있어도 저널리스트는 기자를 총칭하는 단어여서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애정 하는 패션분야에서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다양하고 참신한 시도들을 해보고 싶다는 의미에요. 좀 더 창조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가고픈 마음이 있어요.

 

 

다양한 일을 있지만 패션 말고 좋아하거나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있나요?

관심사는 오만가지에요. (웃음)

 

그래서 다양한 일을 있나 봐요. (웃음) 작년 12 Oh Boy!에서는 도서관에 관한 글을 쓰셨어요.

책도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지만, 사진집 보는 것을 좋아해요. (그러면서 작업실의 책장에 꽂혀 있는 무수한 책 중 한 권을 꺼내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좋아하는데 이 책은 ‘골목 안 풍경 전집’으로 김기찬 사진기자 님이 찍으신 사진이에요. 이 분이 70년대부터 국내의 골목 사진을 찍으셨어요. 몇십 년 동안 찍으시다 어느 날, 예전에 자신이 찍었던 사람을 다시 본 거에요. 나이가 든 모습으로…. 그래서 자신이 찍은 사람들을 찾아보기로 했죠. 과거의 아이가 커서 엄마가 되고 예전의 아가씨가 할머니가 된 사진 두 장을 나란히 붙여서 그 자체가 다큐멘터리가 되는 거죠. 또 하나는 전몽각 님의 ‘윤미네 집’이라는 사진집인데 윤미는 딸의 이름이에요. 딸의 모습을 쭉 사진으로 찍어 책으로 펴냈죠. 아이, 학생, 결혼할 때까지…. 결혼식 모습만 다른 사람이 찍어줬죠. 일본 아사히 사진이라는 잡지사에서 초판 사진집이 크게 실려서 다시 복간되어 나온 책이에요. 복간판은 주명덕이라는 사진작가 님께서 편집하셨어요. 어떻게 보면 your boyhood 도 패션 사진이라기 보다는 다큐멘터리 사진이라는 생각을 하고 찍어요.

 

your boyhood 나중에 책으로도 만나볼 있겠어요.

뜻이 맞는 사람과 좋은 출판사가 있다면 기회가 있다면 좋겠죠.

 

앞으로 어떤 일들을 벌이고 싶은지 궁금해져요.

2012년 스펙트럼과 바자의 일들을 잘 해 가는 것이 첫째 목표이고 올해는 유어보이후드 외에 저만의 콘텐츠와 창작물을 보여주는 것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평화 아닐까요? 여러 종류의 평화. 마음의 평화, 국가의 평화, 사람간의 평화

 

 

추천하고 싶은 다음 인터뷰이는?

장석종이라는 친구요. 스트리트 스냅을 찍어 잡지로 만드는 cracker your wardrobe(http://thecracker.co.kr/)를 운영하고 있어요. 제가 석종이의 작업을 좋아하거든요.

 

 

 

 

***

홍석우씨는 패션 저널리스트입니다. 하여, 그의 작품을 이 곳에서 보여주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무엇’이다 라고 한정지을 수 없다는 결론에, 모든 것을 모아 놓은 그의 홈페이지로 바로 가서 보시길 권장드립니다.

your boyhood 홈페이지http://www.yourboyhood.com

부디 즐거운 써핑이 되시길..

 

– 아방인 –

 

 

 

 

 


SNS 시대의 일러스트레이터 nu1t

 

스마트폰의 SBS 어플 중 가장 좋아하는 어플이 바로 인스타그램이다.

내 사진을 올리는 것 뿐만 아니라 태그 검색으로 보고 싶은 사진을 바로 찾아 볼 수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를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심심할 때면 엄청난 표정과 포즈를 하고 있는 고양이나 귀여운 강아지의 사진들을 보며 키득거리거고, seoul 이나 korea 등의 태그를 검색하여 외국인들이 보는 한국과 서울의 모습을 훔쳐 보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 세계의 스마트폰 유저들이 사진을 찍는 다양한 방법들이나 그 사진에 드러난 생활방식에 놀라고 기발함에 자극을 받는 것이 제일 큰 재미이다.

그렇게 발견한 인스타그램 아이디들은 차곡차곡 팔로우를 하여 친구들을 만날 떄마다 마치 어릴 적 장난감이나 구슬 같은 것을 교환할 때처럼 꺼내어 보여준다.

여기에도 몇 개 추천하자면 재미있는 고양이나 강아지 사진은  @leonliu @nejimeji @msy1515 @sandalwood @dogandboy @da0da @ginny_jrt, 빈티지한 색감의 재미있는 사진은 @popesaintvictor, 매번 비슷한 색감의 편집 사진을 올리는 @kizzy28 @aditzt, 멋진 여행지의 풍경을 올리는 @duckhunted 길거리의 사람들의 다양한 패션과 생활 모습등을 올리는 @takinyerphoto 등이 있다. 모두 인스타그램 아이디이다.

 

여하튼,

 

그 날도 홍대 인근의 카페에서 최근에 발견한 요가 고양이를 아는 언니에게 자랑스럽게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러자 그 언니는 그 보다 더 재미있는 사람이 있다며 nu1t라는 아이디를 추천해 주었다.

검색으로 찾아낸 nu1t의 사진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nu1t은 인스타그램의 친구들 사진 중 영감을 주는 사진의 원본을 요청한 후 그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리고 다시 본인 계정에 올리는 SNS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사진 원본의 주인 아이디도 공지해 주는 걸 잊지 않는다.
사진을 보고 스토리를 상상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린 후 이야기와 함께 올리는 작업이다.

더 놀라운 것은 모든 그림을 아이폰에서 손으로 그리고 있다고 한다. 많은 팔로워들이 어떤 그림 어플을 쓰냐고 문의 하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답은 똑같다. ‘어느 어플이든 상관없다’ 이다.

대머리 아저씨 캐릭터가 주인공이고 파란 아이가 조연 정도 되는데 얼마 전 그림을 통해 저 파란 아이는 전신에 파란 옷을 입고 있는 노란 속살의 아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SNS 작가이다 보니 수많은 팔로워들과의 소통이 정말이지 끊임이 없다. 모든 글들에 직접 댓글을 달아주는 것은 기본이고, 가끔씩 팔로워들의 사진에 재미있는 아이콘과 함께 선댓글을 달아 주기도 한다. 가만히 찾아와서 봐주기만을 바라는 시크한 작가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그래서 모든 팔로워들이 흔쾌히 사진을 제공하고, 그의 작품을 좋아해 준다.

 

그리고 가끔씩 등장하는 재치만점의 19금 용 그림이 특히나 외국 유저들에게 큰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동물과 곤충들을 타고 돌아다니거나, 고양이 강아지를 괴롭히거나 놀리는 주인공.
nu1t의 작업은 방식에서부터 표현된 결과물까지 모두 재미로 똘똘 뭉친 것들 뿐이다. 오직 인스타그램에서만 작업 활동을 하고 있기에 오로지 그 곳을 통해서만 그림을 볼 수 있다. SNS 시대가 낳은 진정한 SNS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닐런지.

본인에 대한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어 nu1t에 대한 건 이름 조차도 알려지지 않았다.
단지, 그는 지금 가장 앞서가는 방법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일 뿐이다.

 

매체의 변화와 발달로 표현의 방법들 역시 앞으로 계속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기존의 매체 속에서 하는 틀에 박힌 생각들은 과감히 버려야 할 때인 것이다.
왠지 유감스럽지만, 누가 먼저 하기 전에 최대한 발빠르게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유일한 길일 지도 모른다.

 

얼마전에는 필자의 사진에도 그림을 그려 주었다. 그것도 시리즈로!!
한 겨울의 공포 스릴러물로 둔갑한 도너츠 사진을 보고 새벽에 크게 웃을 수 있었고, 또 너무 고마웠다.

SNS 를 활용한 작가들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런 감정의 소통이 아닐까 싶다.
비록 단 한번도 만난 적 없고, 가끔씩 댓글로 사진이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만 나눌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고맙고 기쁘고 즐거울 수 있다.

그러니 nu1t의 더 많은 그림을 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인스타그램을 깔고 nu1t을 검색해 보길.
아, 인스타그램 어플을 깔기 싫다고?
그럼 당신은 결코 nu1t의 넘쳐나는 상상력의 세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또한 nu1t이 던져주는 감정의 소통도 함께 경험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해 듣기로는 이 그림들을 모아 조만간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런 분들에겐 반가운 소식일 테다.

부디 nu1t을 시작으로 좀 더 다양한 SNS 시대의 작가들이 많이 나와 주기를 바란다.

 

 

 

 

글 : nina (sea2500@naver.com)
Twitter : @NinaLeeSY / FB : HappyNinaLee / Instagram : sea2500
편집 : Avant-in

The Narcoleptic Dancers (나르콜랩틱 댄서) ‘Never Sleep’

The Narcoleptic Dancers (나르콜랩틱 댄서) – ‘Never Sleep’

프랑스네덜란드 출신 듀오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상쾌한 어쿠스틱에
진한 호소력으로 무장한 선율로 인디팝계를 점령하고 있다. 가디언 

그들의 데뷔 음반은 당신이 들어본 가장 행복하고 매력적인 음반이 것이다. 클래쉬

프랑스네덜란드 출신 이복남매가 선사하는 모호한 통렬한 포크팝. – 선데이타임즈

 

축구 스타 아버지의 별명에서 그 이름을 착안해낸 이복남매 듀오의 풋풋한 좌충우돌
나르콜랩틱 댄서(The Narcoleptic Dancers)의 깨알같은 핸드메이드 포크-팝 데뷔작 [Never Sleep]

나르콜랩틱 댄서(The Narcoleptic Dancers)는 결성배경자체가 한편의 드라마였다. 그러니까 10년 간격을 두고 태어난 멜로디 반 캐퍼스(Melody Van Kappers)와 안톤 루이스 주니어(Anton Louis Jr.)라는 이 이복남매는 각각 네덜란드의 할럼과 프랑스의 생 에티엔에서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성장해 나간다. 그러다가 불현듯 70년대 활약했던 유명 축구 선수인 아버지 존 반 캐퍼스(Johnny Van Kappers)가 사망하면서 이들은 아버지의 장례식날 드디어 서로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다행히도 두 명 모두 음악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고, 결국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잃어버린 시간의 조각들을 하나 둘 짜맞춰나가기 시작한다.

 

‘발작성 수면증 환자 댄서’라는 팀의 이름은 바로 아버지 존 반 캐퍼스의 현역시절 무렵 스포츠 신문에서 그를 지칭할 때 사용하던 별명이었다.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한 채 무기력한 듯 드리블했던 모습을 그렇게 묘사한 것이다. 이 남매 듀오는 바로 이 독특한 헤어스타일의 조금 더 과장된 모습으로 현재 활동을 하고 있는데, 맨 처음 이들의 EP 음반을 받았을 때 머리카락이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이후 뮤직비디오와 정규앨범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기발한’ 헤어스타일을 끝까지 고수하고 있었다.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꽁꽁 숨기고 있으니 처음 그들을 접한다면 남녀 듀오라는 사실 정도만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저 상태에서 라이브가 가능한지가 궁금해지는데, 이들의 홈페이지 (http://thenarcolepticdancers.com)를 방문하면 당신의 사진으로 이들의 헤어스타일을 합성할 수 있는 공간 또한 마련이 되어있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확인해 보시길.

 

프랑스와 네덜란드를 가로지르는 이 인디팝 듀오는 아버지가 활동하던 70년대를 비롯, 다양한 시기와 분위기의 곡들을 심플한 어레인지, 그리고 크리스탈 같이 맑은 멜로디를 통해 소소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주로 멜로디 반 캐퍼스가 작사와 보컬을, 안톤 루이스 주니어의 경우 작, 편곡과 프로듀스를 분업화해냈는데, 불현듯 만난 이 남매는 곡 작업으로 인해 갑자기 분주해진다.

 

그리고 2010년 가을 무렵 [Not Evident] EP를 공개하면서 소소하게 이름을 알려나갔다. 쓸 수 있는 온갖 가재도구로 연주하는 흉내를 내는 뮤직비디오 또한 무척 재미있었는데, EP의 아트웍과 뮤직비디오는 모두 라몬 앤 페드로(Ramon & Pedro)의 작품이었다. 발매될 무렵 프랑스, 그리고 영국에서 호평을 얻어내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누군가가 비슷한 헤어스타일로 패러디한 동영상을 업로드하여 떠돌고 있는 상태이니 이는 충분히 대중에 어필하고 있는 셈이라 할만하다. 정규앨범이 발매되기 직전인 9월 12일에는 새로운 싱글인 [Rastakraut]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DIY 팝이 꾸준히 재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어느덧 이들 또한 자국 내에서 두드러지는 이름이 됐다. 물론 그들의 얼굴은 베일, 아니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다만.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자신들이 영향 받은 목록들을 나열해놓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어쿠스틱 감이 피터 비요른 앤 존(Peter, Bjorn & John)을, 약간 고전적인 부분은 렌카(Lenka)를, 그리고 목소리는 조금 더 천진난만한 파이스트(Feist)처럼 느껴지곤 했다. 뭐 가끔은 광기를 깨끗하게 제거해낸 피어리 퍼네이시즈(Fiery Furnacess)처럼 들리기도 했는데, 아무튼 목록은 다음과 같다.

 

– The Breeders, Grizzly Bear, Joanna Newsom, Radiohead, Atlas Sound, Young Marble Giant, Kate Nash, The B-52’s, The Moldy Peaches

 

Never Sleep

‘발작성 수면증 환자 댄서’라는 이름을 팀 명으로 붙인 이들이 ‘결코 잠들지 않는다’는 제목을 차용하고있다는 것 또한 재밌다. EP에서 한단계 올라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 정규 데뷔작에서는 조금 더 안정적이고 완전해진 소리를 담아냈다. 곡들은 온화하고 신선한, 그리고 경쾌하고 시적인 에너지로 흘러 넘치고 있다. 앨범은 프랑스 자국 내에서는 2011년 8월 22일에, 그리고 영국에서는 9월 26일에 발매됐으며, 앨범의 프로듀서로는 엑셀 앤 더 파머즈(Axel and the Farmers)의 엑셀 콘카토(Axel Concato)가 함께하고 있다. 악기와 자전거를 비롯한 주변 가재 도구들을 하얗게 칠해놓은 채 촬영한 커버의 흑백사진 또한 뭔가 몽환적인 무드를 만들어낸다.

 

일단 EP를 놓쳤던 사람들에게는 반가울만한 것이 EP에 담겨있던 곡들 또한 대부분 앨범에 수록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앨범의 첫 곡 [Not Evident] 역시 EP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트랙이었는데, 정체 불명의 깨알같은 리듬소스와 어쿠스틱 기타 한대로 새침하게 곡을 전개시켜 나간다. 건반소리와 드럼머신 사이로 쿨하게 질주하는 [Rastakraut], 프로그래밍된 반복되는 신스사이저가 제목만큼이나 달콤하고 부드러운 무드를 선사하는 [Sweet and Soft], 고전적인 어레인지와 내추럴한 스네어 소리가 기쁜 감정을 품고 전진하는 [Unique Tree], 그리고 80년대의 베이스라인, 딜레이된 앰비언스 사이로 스며드는 보컬이 일품인 [Again and Again]과 같은 상냥한 트랙들은 이미 EP와 싱글에서 접할 수 있는 곡들이었다. 물론 이 중 몇몇 곡들은 일전에 공개된 데모나 EP 버전과는 다른 땜핑과 어레인지로 재무장되어 있기는 하다.

 

올겐 소리와 유독 두드러지는 베이스라인, 그리고 약하게 걸린 80년대식 리버브가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는 [Dusty Cowboy], 90년대의 멜로디라인을 연상시키는 미스테리한 매력을 지닌 [Life Goes On], 아기자기한 멜로디와 역시나 두드러지는 베이스라인, 그리고 밀고 당겨주는 리듬파트로 완성시켜놓은 [Bakerloo]는 한창 트위팝이 왕성하던 시기의 그 정서를 들려주고 있다. 시네마틱한 스트링을 바탕으로 담백하고 로맨틱한 [Moon Thrill]의 경우 어레인지는 미니멀리스트 요안 르 단테(Yoann Le Dantec)에게 영감을 받았다고도 밝히고 있다. 마치 물속에서 연주되는듯한 다량의 리버브를 머금고 있는 신비로운 트랙 [Little Clown]을 끝으로 결코 잠들 수 없는 이 아름다운 불면증은 마무리된다. 곡 마무리의 코러스가 꽤나 인상적인 편이다.

 

근심 없이 부유하는 멜로디들의 집합이다. 일전에 언급했던 70년대는 물론, 이들이 아이였을 당시 유행했던 친숙한 멜로디와 장르를 베이스로 팝과 포크, 그리고 발라드와 신스팝 등을 보기 좋게 뒤섞어 놓았다. 고전적이지만 고리타분하지 않고, 심플하지만 심심하지 않다. 오히려 신선하고 세련된 느낌으로 이를 마감해내고 있다. 뭐, 음악 자체가 주는 청량감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이 완벽한 팝 레코드는 때로는 기묘하고, 때로는 단순하게 듣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낸다. 일단은 모든 멜로디가 캐치하기 때문에 멜로디 지상주의자들은 단 한 순간도 방심할 틈이 없을 것이다.

 

앨범발매 이후 이들은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 첫번째 유럽투어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뭔가 풋풋한 스토리를 담고 있어 옆에서 응원해주고 싶고 그렇다. 평범하지 않은 만남을 토대로 근심걱정 없는, 하지만 사려깊고 소박한 춤을 추고 있는 이들의 앞날에 과연 어떤 영화 같은 여정이 또다시 펼쳐질까. 음악 하나로 몇 십년 만에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된 이 남매의 경우 좀 특별한 경우긴 했는데, 좀 유치한 얘기지만 이렇게 음악의 힘이란 가끔씩 사람을 놀라게 만들곤 한다. 아마 천국에 있는 이들의 아버지 또한 남매의 노래를 훈훈하게 듣고 있을 것이다.

 

한상철(불싸조)

MUSIC VIDEO

THE NARCOLEPTIC DANCERS – RASTAKRAUT  http://youtu.be/gtg6kN8CcpY

THE NARCOLEPTIC DANCERS – NOT EVIDENT  http://youtu.be/VJhgVQTwK-c